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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소식

메이져편의점에서 문의전화 많이 오는 이유가 있었네요
2016-03-23

편의점 甲의 횡포는 무죄?


 

지난해 3월 30대 편의점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만성 적자 상황에서 폐업을 하려 해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과도한 위약금을 해결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석 달 새 4명의 점주가 비슷한 사유로 비관해 생을 달리했다. 이후 편의점 노예계약 논란은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와 함께 ‘갑을(甲乙)’ 논란의 중심에 섰다. 1년이 지난 지금, ‘갑의 횡포’를 부린 편의점 업계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 이면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원죄가 있다.


25일 공정위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공정위 전원위원회(위원장
노대래)는 지난 12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점주들에게 과도한 중도해지 위약금을 받은 CU와 세븐일레븐의 불공정 행위 사건에 대해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두 회사에 20억원씩 모두 4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것을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 격인 전원위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편의점 업계는 매출 부진 등 점주의 필요에 의해 중도해지 시 최대
10∼12개월 치 로열티(매출총이익의 35%)를 내는 위약금 조항을 유지해 왔다. 이후 과다한 위약금에 따른 점주 자살이 잇따르자 업계는
위약금을 최대 6개월 치로 하도록 계약서 해당 조항을 자진 수정했다.

서울사무소는 이 같은 두 회사의 행태가 가맹거래법상 ‘부당한
계약조항의 설정 또는 변경’ 유형에 해당하는 불공정 행위로 봤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서울사무소의 논리적 허점을 발견했다. 우선
계약서상 위약금 조항이 부당하게 설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편의점 업계의 가맹계약서가 불공정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당시 계약서 조항 중 일부 불공정한 조항은 무효화했지만 중도해지 위약금 조항은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최대 12개월 치를
토해내야 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매출장려금 등을 지원하고 중도해지 시 가맹본부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점 등에 비춰 부당하게
과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의 당시 결정에 따른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할 경우 이제 와서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공정위가 2006년에는 위약금 조항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가 지난해 위약금 조항을 바꿨지만 편의점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꿨기 때문에 부당한
계약조항의 변경 유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전원위는 법리적으로 서울사무소가 아닌 두 회사의 논리가 맞는다고 결정했다. 전원위
관계자는 “서울사무소 논리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고등법원에서 100%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사무소가 편의점
업계의 논리를 깰 법리적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CU와 세븐일레븐을 고발한 참여연대는 “경제민주화의 소멸과 함께 공정위가 처벌 의지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Key Word-신뢰보호 원칙

행정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국민이 그
결정이 존속할 것이라고 신뢰를 한 경우 행정기관은 자신이 행한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유지해 국민이 갖고 있는 신뢰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행정절차법에 이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2014.03.26         국민일보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